Lil Wayne은 왜 'Tha Carter' 시리즈를 놓아줘야 할까
한때 랩 음악의 문법을 다시 쓰던 'Carter'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로 변질됐다
2026. 05. 30. 08:37
2009년의 렌즈가 잡아낸 순간
2009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The Carter'는 Lil Wayne의 창작 세계를 극히 내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아담 발라 로우 감독의 카메라는 힙합 역사상 가장 치열한 질주를 포착했다. Wayne은 언더그라운드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플랫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YMCMB의 깃발을 휘날렸다. 스스로를 현존 최고의 래퍼라 칭한 것도 당연했다. 솔직히, 그 타이틀은 충분히 그의 몫이었다.
쉼 없이 치솟던 시절
Tha Carter III가 세상에 나왔을 무렵 Wayne은 이미 실시간으로 랩 음악의 문법을 다시 쓰고 있었다. 유출된 트랙은 곧바로 비공식 믹스테이프가 됐고, 프리스타일 하나가 카탈로그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터무니없는 작업 속도로 인터넷을 채우면서도 상업적 영향력은 오히려 강해졌다. 그 흐름 속에서 No Ceilings는 믹스테이프라기보다는 챔피언의 세리머니에 가까웠다.
멈춰버린 진화
하지만 모든 시리즈가 유산의 이름만으로 계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The Carter'는 Lil Wayne이 예술가로서 도약하던 결정적 순간을 증명한 작품이었다. Tha Carter와 Tha Carter II에는 힙합 왕좌를 향한 굶주림이 생생하게 담겼다. Tha Carter III로 정점을 찍었고, Tha Carter IV는 감옥 이후 돌아온 개선 행진으로 나름의 의미를 찾았다. 그러나 그 후로는 신화에 기대는 인상이 짙다. 수년간의 기대에 짓눌린 Tha Carter V는 무거웠고, Tha Carter VI는 랩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리즈의 한 축으로 기억되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직접 꺼낸 충격 고백
팬들과 업계에서는 이제 Tha Carter 시리즈를 마무리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Barstool Sports와의 인터뷰에서 Lil Wayne은 Tha Carter VII를 예고했지만, 진짜 충격은 발표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이 앨범의 구성을 자신이 거의 주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인정했다.
곧 Tha Carter VII가 나옵니다. 하지만 정말로 다음 앨범 제목을 그걸로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노래들을 막 잡아다가 ‘이게 Carter VII야’ 하면서 제목을 붙이는 게 그쪽 방식이라서요.
Tha Carter VII is coming soon. I'm not sure if we going to just name my next album Tha Carter VII. What they do is, they grab a bunch of songs and they put a title on 'em, like, 'This is Carter VII.'
카터 시리즈의 현재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Lil Wayne, Barstool Sports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한때 Lil Wayne의 예술적 진화를 알리는 이정표였던 시리즈가, 이제는 느슨한 곡 모음에 덧씌우는 브랜드로 전락했다. Tha Carter는 진화를 기록하는 그릇이어야 했다. 지금은 10년도 더 전에 이미 완성된 유산을 간판처럼 걸어두고 있을 뿐이다.
위대함을 잃어버린 거장
'The Carter' 다큐멘터리에 담긴 Lil Wayne을 떠올리면 그 괴리는 더욱 선명해진다. 당시 그는 위대함에 사로잡힌 예술가였다. 모든 벌스가 마치 마지막인 듯 치열했고, Jay-Z를 넘어서겠다는 열망이 모든 마디를 벼렸다. 실제로 'Mr. Carter'에 Hov가 등판했을 때는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한 뒤였다. 마이크 앞에 설 때마다 스스로 최고임을 증명해내던 시기의 당연한 성취였다.
그런 신념은 이제 그의 음악에서 일관되게 포착되지 않는다. 'Sky's The Limit' 같은 클래식이 내뿜던 허기와 독기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면, 같은 타이틀 아래 시리즈를 이어갈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기술적인 완성도는 여전하다. 그러나 목적의식이 사라진 순간, Tha Carter는 더 이상 필청의 이유가 되지 못한다.
시스템의 부재가 낳은 결과
물론 이 부진을 Lil Wayne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를 둘러싼 메이킹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그는 한때 예술적 혼돈을 문화적 지배력으로 바꿔주고, 이후 커리어를 올스톱시키기도 했던 Cash Money의 체계 밖에 있다. 결정적인 것은 포스트 Cash Money 시대에 새롭게 꾸린 팀이 과거 그를 지지했던 이들만큼 앨범의 완성도와 구성에 몰입하는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첫 다섯 장의 Carter와 최근작 사이의 격차는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방향성의 부재는 다른 근작들에도 고스란히 번졌다. Rich The Kid와의 협업 앨범을 진지하게 기다린 이는 거의 없었고, 완성된 결과물이 그 이유를 증명했다. Welcome 2 Collegrove조차도 진짜 케미스트리보다는 2 Chainz의 서사에 Wayne이 멘토로 얹혀 있는 모양새에 가까웠다. 이 프로젝트들은 창작되었다기보다 조립되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무작위로 모인 트랙과 벌스가 일관성 없는 패키지로 포장된 셈이다. Tha Carter VI 역시 이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았고, 이번에는 그걸 상쇄할 정도의 대중적 기대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한때 Lil Wayne의 신화로 통했던 요소들이 이제는 독이 되고 있다. 무한에 가까운 녹음, 쌓이고 쌓이는 미공개 벌스, 멈추지 않는 결과물의 쏟아냄 모두가 더 이상 초인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무기력하게 정해진 루틴처럼 보일 뿐이다.
타일러가 깨운 불꽃
그럼에도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Tyler, The Creator와 호흡을 맞출 때면 Lil Wayne에게서 다시금 진정한 도전 의식이 느껴진다. 'Hot Wind Blows'는 Tha Carter II 시절의 정신을 과잉된 복고 없이 현대적으로 끌어올렸다. Tyler는 Wayne에게 명확한 방향과 사운드의 세계관을 제공했고, Wayne은 그 안에서 살아 숨 쉬었다. Mannie Fresh와 깊게 결합하는 순간들도 마찬가지다. 'Mahogany'는 최근 작업물과는 확연히 다른 생동감을 내뿜는다.
다음 '카터'를 위한 조건
이런 장면들이 바로 또 한 장의 Carter 앨범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Lil Wayne은 과거의 자신을 무한 반복하는 대신 현재의 그를 담은 앨범을 만들 수 있을까. 꼭 Jay-Z의 4:44 같은 고백록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실제 친밀감과 성숙함이 밴 작업물이어야 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기술적 탁월함만으로 음악을 구원할 수 없다. 콘텐츠 역시 결국 진화해야만 한다.
그래미, 코첼라, 슈퍼볼 무대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불만이 점점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창작에 무심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음악으로 외부의 인정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도 주요 TV 퍼포먼스가 매번 'A Milli'에 기대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곡은 거대한 페르소나와 예술적 허기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던 생생한 순간을 묶어 둔 상자나 다름없다.
냉정하게 보자. Lil Wayne의 다음 걸작은 아마도 'Carter'라는 틀 너머에 존재할 확률이 높다. 설령 그 안에 들어온다고 해도, 옛 공식이 통해서가 아닐 것이다. Wayne에게 필요한 것은 틱톡을 겨냥한 아이디어나 바이럴 챌린지가 아니다. 힙합계의 마션다운 작품 그 자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미 자신을 불멸의 존재로 만든 유산이 천천히 스스로 희석되는 현상을 더 이상 용인해선 안 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연관 아티스트